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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40년차 약제부장이 개업한 약국...'박물관이 따로없네'

관리자 2021-04-15 16:04:17 조회수 39


[DP인터뷰]약절구·그림에 음악까지 "여기 문전약국 맞나요?"


손성호 약사 "인생 2막, 여유 가질 수 있어 행복"


'약 절구' 모으다 보니 400점이 훌쩍…1505년 작품부터 유리절구까지
 ▲ 손성호 약사.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인애청향, 참고 인내하면 맑은 향기가 나온다는 뜻이죠. 40년 직장생활을 마치고 개국한지 5년차에 접어들었는데 요즘 이 향기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제부장직을 퇴임하고 '개국'이라는 두번째 삶을 살고 있는 약사가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문전약국인 손약국은 병원약제부장직을 정년퇴임한 손성호 약사(66, 영남대약대)가 2016년 1월 개국한 문전약국이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암, 노인환자, 소아환자에 특화된 병원으로 암이나 치매 환자들의 다수고, 경우에 따라서는 1년 짜리 장기처방도 종종 나오는 '바쁜' 약국이다. 하지만 정신없이 약을 조제하고 복약안내하고 계산을 하는 여느 문전약국들과는 달리 손약국은 왕인 손님을 느긋이 기다려주는 약국이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고 여러 검사 등을 마친 환자들이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손 약사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가난해 보이고 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약국의 이러한 배려를 느끼는 환자들은 다시 약국을 찾을 때 손수 짠 참기름, 나물을 가져다 주며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는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목적 보다는 이런 형태의 약국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 약사의 말처럼 약이 빼곡히 진열돼 있기 마련인 약장에는 약 절구와 약 짜는 틀, 작두, 저울 등 다른 약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기한 물품들과 그림 액자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마치 약학사 박물관에 진열돼 있어야 할 것 같은 물품들에 약국을 처음 찾는 이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 약국에 진열된 약절구와 약갈개.

손성호 약사는 소문난 '약절구 덕후'다. 인사동과 장한평동 등 발품을 팔아가며 국내 작품들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여행이나 이베이 등을 통해서도 절구를 사모은다. 그렇게 그가 모은 절구는 400점이 넘는다.

절구를 모으게 된 계기는 '약국에 모아 전시하면 좋겠다'는 친형의 조언이 컸다. 그는 9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의 절구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절구가 일반인들이 탐낼 만한 대상이 아니기는 하지만 나라별로, 시대별로 특징이 녹아져 있다"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는 약재를 빻거나 가는 데 절구를 썼다면 샐러드와 드레싱이 발달된 유럽에서는 소스류를 만드는 데 절구를 이용해 왔다. 우리나라 것들이 단조롭다면 서양 절구들은 화려하다. 또한 법의 정의로운 심판을 얘기할 때 저울이 쓰이기도 하지만 약재도 정확한 용량을 달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약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수집한 절구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505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절구다. 또 8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유리공예섬으로 불리는 무라노섬에서 제작된 유리절구도 소중히 진열돼 있다. 일본,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절구는 수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 약국에 진열된 작두와 저울.

 ▲ 베네치아 무라노섬에서 제작된 유리절구.

 ▲ 토끼가 절구를 찧는 모습. 가운데 절구가 대나무를 이용해 그려졌다.

약국 곳곳에는 그림들도 전시돼 있다. 특히 그가 아끼는 작품 역시 토끼가 절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대나무 중간에 홈을 내 절구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손성호 약사는 "약사로서의 인생 2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환자를 대할 수 있게 됐다"며 "퇴임을 한 이후 약국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보니 생활 등이 어느 정도 세팅돼 있어 욕심부리지 않고 환자들을 맞게 됐고, 이런 부분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끈 것 같다"고 말했다.

76년 병원에 입사한 손 약사는 "당시만 해도 숙직을 시키면 약사들이 사표를 내고 나가던 때였다. 낮에는 약대에 다니고 밤에는 2년 반 가까이 병원에서 숙직을 했다. 다른 학생들이 책을 보고 공부했다면 나는 실제 사례를 보고 공부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82년도에 병원으로 돌아와 40년간 근무했다.

또 병원약사회 초대 의장으로 정관 등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의료진과 간호사들과 교류하고 했던 것들이 참 잘했던 선택인 것 같다"면서 "이제는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선배로서 인생 2막을 꾸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혜경 기자 (khk@dailyphar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