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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의약분업 좌담회] 산증인 5명이 모였다 '과연 성공한 제도일까'

관리자 2020-08-14 17:06:17 조회수 1,183

약사공론 창간 52주년 의약분업 20년 평가


[좌담회] 의약분업 20년 평가

지난 2000년 7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를 모토로 한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이했다.환자 치료의 전문가인 의사와 약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골자로 무분별한 약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약제비의 획기적 감소, 병원과 제약회사와의 유착 제거 및 이에 따른 약값의 거품 제거, 의료전달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과연 이같은 당초의 목적은 일정 부분 달성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관련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에 약사공론은 창간 52주년 특집으로 ‘의약분업 20년 평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다만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해 서면 질의응답 방식으로 구성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김성일 싱싱약국 대표약사 겸 휴베이스 대표,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박정관 위드팜 부회장,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학장 <이상 가나다 순>이 참석했다. [편집자 주]

상. 의-약사 업무전문화 성과…제도 기본정신 훼손 빈번
중. 상품명처방 부작용 ‘리베이트-제네릭 난립’ 심각
하. 약사 서비스 보상체계 다각화…성분명처방 본격 논의돼야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보건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만큼 모두 의약분업과 직간접적으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었다.

현재 국내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시행에 가장 밀접한 보건복지부 김헌주 보건의료정책관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복지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리더 중 한 사람으로 의약분업의 의미와 평가를 원론적이지만 담담하게 설명한다.

박정관 위드팜 부회장은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20여년 전 복지부 약무정책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며 의약분업 시행의 핵심적 실무를 담당하던 박정관 부회장은 이제 의약품유통 및 약국분야 전문가로서 혜안을 제시하며 의약분업을 평가한다. 

또 한 사람, 당시 약대 교수로서 전문가 워킹그룹에 들어가 처방약과 일반약 의약품 분류 등 전문적인 작업을 수행하며 의약분업의 세부적인 밑그림을 완성했던 이범진 아주약대 학장은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며 제도의 보완을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약대 2학년으로 전약협 비상대책위원을 맡으며 학생들의 수업거부 등 투쟁을 진두지휘하던 김성일씨는 현재 전형적인 동네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동네약국 중심의 약국체인의 대표가 되어 현장의 생생한 어려움과 미래 방향을 전달했다.

또한 역시 당시 약대생이었던 김대진씨는 이제 대한약사회 정책이사가 되어 앞으로 분업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20여년 전 각자의 자리에서 의약분업을 경험한 이들은 이제 보건의료계 오피니언 리더로서 새롭게 이야기를 풀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의약분업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대진 = 2000년 당시 학부생이었습니다. IMF 직후에 입학했기 때문에 힘들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는데 한약분쟁에 따른 여파에 이어 의약분업까지 걸친 세대라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유급을 불사했던 당시 약대생들이 고민이 많았어요. 당시 약대생들이 투쟁을 한다고 대학로에서 모여 가운을 입고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니 약사님들이 약국에서 나오셔서 드링크를 주시며 격려해 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김성일 = 전국약학대학의 수업거부를 통한 의약분업실현 투쟁이 여전히 기억에 뚜렷합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대학 2학년에 재학중이었으며 의약분업 시작 당시에 수업거부를 진행중이었고 전약협 비상대책위원 정책국장을 맡고 있었어요. 그 당시 마지막 집회를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20개 대학 만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이 모여서 무려 10시간동안 했었습니다. 당시 전약협의장 이하 간부들이 모두 삭발을 했었습니다.

박정관 = 저는 1985년 보건복지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2000년도에 공직생활을 마무리 하고 위드팜이라는 약국체인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저는 당시 공직자로서 그 중심에 있었고, 또 개인적으로는 창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2000년도는 제 평생 잊지 못할 해였습니다.
당시 수십 차례의 사업설명회를 열면서 수많은 약사들을 만나고, 선진 약국시스템을 벤치마킹 하겠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지를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당시에는 어려움이 참 많았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지나고 보니, 모두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이범진 = 당시 학자로서 기존에 사용되어온 의약품(단일성분, 복합성분)들에 대하여 의약분업시 처방약과 일반약으로 분류하는 전문작업 워킹구룹에 다수의 약대교수 및 의대교수진들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주로 소화기계 약물과 진통제 성분들에 대한 약물의 용량, 안전성과 유효성등에 대한 방대한 임상 자료들을 근거로 분류작업을 수행했죠. 

당시 복합제에 널리 사용되어오던 피린계열 약물성분이 150mg이상이면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였고 실제 널리 사용되던 게XX, 펜XX, 암XX 등에 200mg에 준하는 용량임을 인지하였으나 환자의 접근성 및 사회적 이슈를 감한하여 전문약이 아닌 일반약으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약으로 분류해야하는 시메티딘, 라니티딘등 H2-차단제들이 전문약이어야하는 의사들의 논리로 전문약이 되었으며 세계적인 일반약 추세임에도 아직도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3만여개에 달하는 복합제 성분들에 대한 대대적인 분류와 삭제를 하였으며 에피소드로 십전대보탕에 호르몬제가 섞여있는 처방도 있음을 알고 매우 놀라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의약분업 이후에도 약사회는 잘못된 제도 추진 및 보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 우선 의약분업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10점 만점에서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그 이유는.

김성일 = 의료와 약료 전체적인 부분이 아니라 단순히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만 따져본다면 7점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와 약료서비스 전체를 보는 관점에서 판단 한다면 5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는 확실하게 기관분업이 자리를 잡았고 국민들도 ‘진료는 병원, 약은 약국’이라는 인식이 명확해 졌으니깐요. 

다만 의약품 처방 부분에서 성분명이 아니라 상품명으로 하면서 그 뒤에 일어날 리베이트 부분이나 무분별한 제너릭 생산조절 부분등에 대한 미래지향적 제도 마련이 함께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는 의약분업의 완성도는 사실 의료와 약료 전체의 구조 형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의료시장은 ‘진료는 의사에게’ 라는 공식이 확고히 세워졌고 그 힘을 바탕으로 유사 의료부분까지 의사의 권한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유사 포함)에 대한 퀄리티는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약료서비스 시장을 두고 판단해 본다면 전문의약품의 규모는 커지지만 일반의약품의 규모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서 약국의 모습이 현저히 달라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김헌주 = 보건의료 분야의 제도 도입이나 변경을 위해서는 이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내용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민들이 이해하는 제도가 직접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의약분업은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환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국민건강을 확보하겠다는 공통의 목적을 위한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되었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앞으로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다듬어 나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정관 = 의사와 약사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의약품 오남용을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진통을 겪긴 했지만 의약분업이 시행된 이후, 우리 국민들은 올바르게 약을 처방받고 복용하는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지요. 그로써 국민들은 보다 더 건강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의약품 오남용은 현저하게 줄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안 줄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이범진 = 저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10점 만점에 3-4점 정도입니다. 비록 의약분업으로 의약사간 처방과 조제의 업무의 전문화라는 큰 축을 형성했지만, 여전히 의약분업의 기본 정신이 많이 훼손되어 있고, 특히 지역 약료서비스의 중심축이 병원이나 의원 주변으로 밀집함으로써 국민들의 접근성이 저하되고 소통과 화합하는 지역 건강지킴이의 축이 손상되었으며 또한 개문과 폐문 시간이 단축되어 결국 수퍼판매라는 명분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약사들의 전문성이 저하되었고, 전문약 위주의 약국들이 다수이고 약국 수익구조의 다양화가 저하된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대진 = 6점은 조금 박한 것 같기도 하고 7점은 너무 후한 것 같으니 6.5점을 주겠습니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안전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21세기 선진 보건의료체계로서 도입한 것으로 극심한 진통 속에서도 강제 분업,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약가 및 수가 제도 개편 등을 통해 아주 빠르게 정착시켰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보건의료 개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도입 이후 제도를 보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는 정부, 시민단체, 공급자 단체 등 분업 주체들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어서 일부 감점했습니다.


2020-07-21 06:00:59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