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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체계적 교육 받은 약무행정사무원을 아시나요?'

관리자 2017-11-29 00:00:00 조회수 824
[DP인터뷰]인터뷰 | 1기생 배출 한양여대 이희창 행정실무과 학과장




 ▲ 한양여자대학교 행정실무과 이희창 학과장
"의사가 일하는 병원을 보세요. 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마취사, 물리치료사...복지부가 인정한 총 9가지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인력들이 어우러져 효율적으로 환자 치료를 돕습니다. 약국은 어떤가요?"

약사가 6년제 교육을 받는 이 때, 약사는 여전히 조제와 투약, 복약지도 뿐 아니라 전산, 행정, 판매, 상담, 관리 등 모든 일을 도맡아야 한다. 약국 관리는 다른 전문직원에게 맡기고 약사가 전문성을 살려 상담이나 매약에 집중할 순 없을까.

한양여자대학교가 약국에 특화된 전문 행정사무원, '약무행정사무원' 교육을 진행했다. 오는 12월 1기 수료생 21명이 탄생한다. 28일 한양여자대학교에서 만난 행정실무과 이희창 학과장(사진)은 '이 과정이 우리나라 최초이며, 그만큼 약국 내 행정·사무 인력을 공식 직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약국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제품 진열같은 간단한 일부터 조제료 청구까지 모든 일을 그때그때 구해지는 단발적인 직원에게 맡깁니다. 이 인력을 전문화하고 제도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정부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수료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1년 간 14학점 이수한 '약국 전문 사무원' 21명 배출

학생들은 1년 과정으로, 14학점의 정규 과정 수업과 약국 현장실습에 배정된 비정규과정 4학점까지 총 18학점을 이수했다. 약국 실습을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 연계된 약국에서 실습을 진행했다.

"이 부분이 사회적으로 직업이 있으나 직종이 없습니다.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직종인데도 경력단절 후 재취업 자리나, 경험 없이 할 수 있는 임시직으로 남아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 학생들은 전산, 세무 교육을 받은 인재들로, 약무를 추가 교육해 문과와 이과 융합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약국 전산(처방전 입력, 청구) ▲약국 기초용어 ▲약무행정 전반 ▲약국 보조자로서의 약국관리 ▲약국 의사소통 및 기본 소양교육 등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았다.

"헬스케어 직종 전망 밝은 만큼, 약국행정사무원 제도화돼야"

이 학과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이제 약국 행정을 전문성 있는 인재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이 직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자격증부터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꼽은 유망 직종으로 51위에 약국행정직원이 선정됐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약무행정사무원이 연간 4~5만불 연봉을 받는 고급 직종이고, 미국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합니다. 조사해보니 80여 처 약국 중 80% 이상이 이런 인력 개발에 찬성했죠."

미국의 경우 약국 보조원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고, WLAC(웨스트 로스엔젤레스 칼리지) 등 전문대학과 각종 단체에서 약사보조원 자격증반을 운영,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도 장벽이 높다. 한양여대는 올해 8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약무행정사' 명칭의 자격증 개설을 신청했는데, 약사법 20조 6항에 따라 해당 명칭이 약국 및 이와 유사 명칭에 해당되므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이 학과장은 "고민을 많이 했다. 자격증이 생길 때까지 과 신설을 미뤄야 하나. 그러나 관행을 만들고 나중에 명칭을 바꾸더라도 실행하자고 생각했다"며 "사회적 요구와 직능 필요성이 분명 있다고 확신했다. 전문적인 약무사무원 함께 일하면 약사도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훨씬 좋을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직종이 언젠가 제도화되지 않겠느냐며 언론에 알려지고 필요성에 동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제도적으로도 안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 직업 특성화 작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 수업을 받고 있는 한양여자대학교 행정실무과 학생들

"학생들 잘 한다는 칭찬도...당장 12월 11명 학생이 취업 확정"

이렇게 전문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약국 현장 평가는 어떨까.

"21명 학생이 실습을 나갔고, 약사들에게 매주 피드백을 받습니다. 다소 부족하지만 상당히 좋은 학생도 있다고 칭찬들을 하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숙련되고 있다는 반응도 있고요. 약사들 반응이요? '마음에 든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학교는 현장에서 실용적인 교육을 위해 위드팜 약국체인에 교육을 위탁했다. 학생들의 원활한 취업을 위해 약사들과의 간담회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번주 두번째 약사간담회가 예정된 상태다. 약사 70명에게 학생들 교육 내용과 좋은 인재라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 학과장은 "약국들이 '전문 행정사'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분기별 약국장과 간담회 통해 학생 진출 루트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전문교육을 받은 인재에 적절한 급여, 앞으로 교육에 드는 비용 등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학생들은 한 학기 수업으로 수료했지만 내년부터 1년 과정으로 진행합니다. 제도화되고, 자격증 등 여건이 정착되면 2년 과정으로 늘릴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면 행정실무과 안에 있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독립적인 학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만큼 학생들과 약국 모두에 윈윈이 되는 교육이 되길 바랍니다."

이 학과장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학생들은 공무원 시험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양여자대학교에 85명 행정실무과를 둔 것은 사회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효성 있는 행정직을 배출하자는 취지입니다. 당장 이번기수 22명 중 11명은 실습을 마친 약국에 12월 수료후 바로 출근합니다. 약국도, 학생도 좋은 기회와 좋은 인재를 얻은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약국 사무인력이 얼마나 있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길이 하나도 없었어요. 한양여대가 하나씩 길을 만들어나가는 겁니다. 힘들지만 보람됩니다. 학생들에게도 '유능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전문인이 될 수 있다'는 꿈을 주고 싶습니다."

한편 약무행정사무원 채용을 원하는 약국은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한 위드팜 약국 체인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다.
정혜진 기자 (7407057@dailypharm.com)